
스쿠버다이빙 장비의 평균 수명은 적절한 보관 여부에 따라 3년에서 10년까지 극명하게 갈립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대충 관리했다가 나중에 후회한 경험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이빙샵에서 세척해준다고 믿는 분들이 많지만, 제 경험상 본인 장비가 아니다 보니 염분 제거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염분 제거와 완벽한 세척이 먼저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의 세척이 장비 수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써보니 정말 맞는 말입니다. 바닷물에 포함된 염화나트륨(NaCl)은 건조 과정에서 결정화되면서 고무 오링과 금속 부품 사이의 미세한 틈새로 파고듭니다. 여기서 염화나트륨이란 우리가 흔히 아는 소금의 화학명으로, 물에 녹았다가 마르면 날카로운 결정체로 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제 방풍자켓이 딱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소금기 조금 있어도 뭐 어떻겠어 하고 민물에 제대로 담가두지 않았는데, 6개월쯤 지나니까 지퍼가 거의 움직이지 않더군요. 염분이 지퍼 톱니 사이에 쌓여서 금속 부식을 일으킨 겁니다.
장비 세척의 핵심은 단순히 물로 헹구는 게 아니라 염분을 완전히 용해시켜 제거하는 것입니다. 미지근한 민물(약 20~25도)에 최소 1시간 이상 담가두어야 하는데, 이때 물의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 장비 표면과 내부에 스며든 염분을 빼내는 원리입니다(출처: PADI). 삼투압이란 농도가 다른 용액이 만났을 때 농도를 같게 만들려는 자연스러운 물의 이동 현상을 말합니다.
특히 BCD 내부는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인데, 저는 매번 인플레이터 호스를 통해 민물을 넣어 내부를 헹구고 있습니다. 그냥 두면 블래더 내부에 곰팡이균이 번식해서 나중에는 악취가 나기도 합니다.
실리콘 그리스와 소재별 관리
일반적으로 윤활제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다릅니다. 다이빙 장비에는 반드시 100% 실리콘 그리스만 사용해야 합니다. WD-40이나 바셀린 같은 석유계 제품을 바르면 고무가 부풀어 오르거나 녹아버리는 화학 반응이 일어납니다.
실리콘 그리스의 역할은 단순한 윤활이 아니라 고무 표면에 얇은 보호막을 형성해서 공기 중의 오존(O3)과 산소가 직접 닿지 않게 차단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오존이란 산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분자로, 고무의 이중결합 구조를 끊어버려 갈라지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이 현상을 오존 크래킹(Ozone Cracking)이라고 부르는데, 한번 시작되면 복구가 불가능합니다.
저는 매 시즌 끝날 때마다 호흡기 1단계의 요크 나사산과 카메라 하우징의 메인 오링에 실리콘 그리스를 얇게 발라두는데, 이 작업 덕분에 5년 넘은 오링도 탄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바를 때는 면봉으로 얇게 펴 발라야 하는데, 너무 두껍게 바르면 오히려 먼지가 달라붙어 역효과가 납니다.
네오프렌 소재의 웻수트는 형태 보존이 정말 중요합니다. 일반 옷걸이에 걸어두면 어깨 부위가 자중에 의해 눌려서 두께가 얇아지는 '숄더 크러시'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렇게 되면 보온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저는 두꺼운 전용 옷걸이를 쓰거나, 아예 돌돌 말아서 평평하게 눕혀두는 방식으로 보관합니다.
전자장비와 환경 제어
다이빙 컴퓨터 같은 전자장비는 배터리 관리가 생명입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완전 방전 상태로 장기간 방치하면 배터리 셀 내부의 화학 구조가 손상되어 충전이 안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출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저는 항상 50~70% 정도 충전된 상태로 보관하는데, 이게 리튬 배터리의 최적 보관 상태라고 합니다.
보관 장소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곳은 무조건 피해야 하는데, 자외선(UV)이 고무와 플라스틱의 분자 구조를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전기 모터 근처는 절대 금물입니다. 모터가 작동할 때 미량의 오존이 발생하는데, 이게 고무 부품을 급격하게 노화시킵니다.
장비 보관 시 주의해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통풍이 잘되고 습도가 낮은 서늘한 곳(15~25도)
- 직사광선 차단과 전기 모터로부터 최소 2m 이상 거리 유지
- BCD는 약간의 공기를 넣어 내부 벽면이 달라붙지 않게 보관
- 오리발은 핀 서포트를 끼워 블레이드 변형 방지
사실 투어 끝나고 집에 와서 장비를 다시 꺼내서 제대로 세척하고 건조하는 게 정말 귀찮습니다. 저도 매번 '아 그냥 렌탈해서 쓰면 편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내 장비 내가 관리 안 하면 누가 해주겠습니까. 필리핀 대부분의 샵에서 다이빙 후 장비 세척을 해주긴 하지만, 솔직히 본인 장비도 아닌데 염분을 완전히 빼줄 리 없습니다.
장비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관리하다 보면, 다음 다이빙 때 예상치 못한 고장으로 당황하는 일도 없고 장비 수명도 2~3배는 더 늘어납니다. 무엇보다 수중에서 제 생명을 지켜주는 장비라는 생각이 들면, 그 귀찮은 세척 작업도 필수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잘 관리된 장비는 깊은 바다 속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