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로 다이빙을 즐기다 보면 수중에서 다이버들을 멋지게 이끄는 가이드나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동경을 품게 됩니다. 국내 다이빙 커뮤니티를 봐도 "다이빙 좀 한다" 하는 상급 다이버들 사이에는 프로(Professional) 자격증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깊게 자리 잡고 있죠. 저 역시 그 로망에 이끌려 PADI 다이브마스터를 거쳐 강사 라이선스까지 취득한 다이버입니다. 하지만 500회 이상의 로그를 쌓고 프로의 세계를 직접 경험해 본 지금, 누군가 제게 "강사 자격증 따는 거 어때요?"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솔직히 한 걸음 물러서서 진지하게 말리고 싶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프로의 타이틀 뒤에는 매년 감당해야 하는 현실적인 비용과 무거운 책임감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기보다 이론이 압도적인 강사교육
제가 프로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던 다이브마스터(DM) 과정은 필리핀 세부에서 열흘간의 집중 교육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인생의 거대한 프로젝트를 앞둔 것처럼 긴장했고, 완벽한 스쿠버다이빙 트립 준비 (장비, 기술, 일정)를 하듯 체력과 멘탈을 관리하며 교육에 임했습니다. 이후 강사(OWSI) 자격증은 국내에서 취득했는데, 이 과정에서 제가 가장 크게 놀랐던 점은 교육과정의 무게중심이 의외로 '수중 실기'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강사 교육 과정(IDC)이라고 하면 수영장과 바다에서 엄청난 체력 훈련과 고난도의 다이빙 기술을 쉬지 않고 연마할 것 같지만, 실질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압도적인 양의 이론 수업과 교수법입니다. 실제로 교육 기간 중 수영장(제한수역)과 바다(개방수역)에 들어간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강의실에 앉아 교육 규정을 외우고, 교육생들에게 이론을 어떻게 전달할지 발표(Presentation) 연습을 하는 데 소비됩니다. 아무리 바다에서 중성부력 (호흡조절, 웨이트, 안전)을 기가 막히게 잡는 다이버라 할지라도, 강사 시험(IE)에서 평가하는 것은 본인의 다이빙 실력이 아니라 '단체가 정한 가이드라인과 체크리스트에 맞춰 교육생을 다치지 않게 통제하고 가르칠 수 있는가'입니다. 즉, 강사 자격증은 다이빙 고수를 증명하는 패가 아니라, 표준화된 교육 시스템을 다룰 줄 아는 '교수 자격증'에 가깝습니다.(출처: PADI)
매일 교육하는 강사가 최고의 강사인 이유
단체 본사에서 파견된 시험관들 앞에서 치르는 강사 시험(IE)을 우수한 성적으로 패스하고 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성취감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필드에 나와 보면 시험 성적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게 됩니다. 결국 강사로서의 자질을 결정짓는 것은 시험 점수가 아니라 현장에서 쌓아 올린 실제 '교육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강의실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은 바다에서 언제나 일어납니다. 수중에서 갑작스러운 스쿠버다이빙 패닉 (질소마취, 고탄산혈증, 뇌과학)을 일으키며 수면으로 급상승하려는 교육생을 침착하게 붙잡아 제어하거나, 긴장으로 시야가 좁아져 손목 위의 다이빙 컴퓨터 화면 해독 (NDL, 안전정지, 상승속도) 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초보 다이버를 조율하는 능력은 오직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서만 체득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모든 직업과 기술이 그렇듯, 다이빙 교육 역시 꾸준히 하지 않으면 무서운 속도로 잊어버리게 됩니다. 단체의 안전 규정은 매년 업데이트되고, 사람을 가르치는 감각과 수중 핸들링 기술은 단 몇 달만 쉬어도 무뎌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업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고 교육을 잘하는 강사는, 대단한 이력을 가진 강사가 아니라 오늘도 바다에서 교육생을 가르치고 온, 매일 교육하는 강사입니다. 단순한 취미의 연장선이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다이빙 로그북 작성 (습관, 데이터, 전문성)을 하듯 라이선스를 컬렉팅하는 마음으로 접근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전문 직업인의 영역인 것입니다.(출처: WRSTC)
부업 다이빙 강사에게 연회비의 의미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역시 전업 강사로 나설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다이빙을 좋아하니까, 나중에 재미삼아 부업으로 주말에 교육이나 투어나 이끌면서 용돈벌이나 해야지"라는 가벼운 마음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강사 교육을 받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저는 절대 강사 자격증을 따지 않을 것입니다. 투어나 교육을 지속해서 활발하게 열어 실질적인 수입을 창출하지 않는 '장롱 강사'에게 프로 자격증은 달콤한 타이틀이 아니라 매년 생돈이 나가는 고정 지출 창구에 불과합니다.
일반 취미 다이버들은 장비를 살 때 다이빙 장비 구입 vs 렌탈 (경제성, 안전, 선택 기준)을 고민하며 일회성 지출로 끝내지만, 프로 다이버는 다릅니다. 강사로서 자격을 유지하고 교육생에게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는 '활동 자격(Active Status)'을 유지하려면, 매년 단체에 수십만 원에 달하는 연회비를 납부해야 합니다. 여기에 만약의 사고를 대비한 프로 전용 책임 보험료까지 더해지면 매년 앉은자리에서 수백 달러의 고정 비용이 발생합니다.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날아오는 연회비 고지서는 생각보다 꽤 쓰라리죠.
따라서 단순히 다이빙이 좋아서, 혹은 남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다는 로망만으로 강사에 도전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비효율적인 선택입니다. 정말로 본업 강사로서 커리어를 쌓고 수중 교육을 내 인생의 진지한 커리어 패스로 삼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섰을 때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목적이 뚜렷해야 본인 스스로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고, 자격 취득 이후의 프로 활동도 지치지 않고 롱런할 수 있습니다. 바다는 취미로 즐길 때 가장 아름답고 편안하며, 취미가 무거운 고정 비용과 책임감으로 바뀌는 순간 바다는 더 이상 낭만적인 공간이 아닌 치열한 일터가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