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산호초의 50%가 이미 사라졌거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저는 10년 넘게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유명 포인트에서 백화된 산호 조각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그 순간마다 '과연 저도 이 파괴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이버라면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우리는 바다를 즐기러 왔습니까, 아니면 바다를 지키러 왔습니까?
부력조절 실패가 산호에 미치는 치명적 영향, 알고 계셨나요?
처음 오픈워터 자격증을 딸 때는 제 몸 하나 가누기도 버거웠습니다. 중성부력이라는 개념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실제 물속에서 몸을 수평으로 유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몰랐습니다. 트림(Trim)이 무너지면 순식간에 배가 바닥을 향하거나 발이 아래로 처지면서 오리발이 산호를 강타하게 됩니다. 여기서 트림이란 다이버의 몸이 수평을 유지하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물속에서 비행기처럼 평평하게 떠 있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산호는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표면의 생체 조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연약합니다. 다이버의 오리발 한 번 스침에도 산호 표면의 보호 점막이 벗겨지고, 그 상처로 박테리아가 침투하여 폴립(Polyp)이 죽어갑니다. 폴립이란 산호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동물 개체로, 수천 개가 모여 우리가 보는 산호 군집을 이룹니다(출처: Green Fins).
제가 필리핀의 한 유명 다이빙 포인트에서 목격한 광경이 있습니다. 앞서 가던 다이버가 부력 조절에 실패해 산호 위로 그대로 내려앉았고, 일어나면서 손으로 산호를 짚었습니다. 그 자리에 하얗게 부서진 산호 조각들이 물살에 흩어지는 걸 보며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국제 해양 보호 행동 지침인 Green Fins에 따르면, 다이버가 해저면에서 최소 1.5m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산호 파손율을 8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오리발로 바닥의 퇴적물(Sediment)을 일으키는 행위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퇴적물이란 바닥에 쌓여 있는 모래나 미세한 입자를 말합니다. 이 입자들이 물살에 떠올라 산호 표면을 덮으면, 산호와 공생하는 조류인 주잔텔라(Zooxanthellae)의 광합성이 방해받습니다. 주잔텔라는 산호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미세조류로, 이들이 죽으면 산호가 하얗게 변하며 죽어가는 백화 현상(Coral Bleaching)이 발생합니다.
다이빙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발차기 한 번에도 뒤쪽 산호가 다치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조심하게 됩니다. 그런 배려가 생길 때 비로소 진짜 다이버가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본격적인 다이빙 전 트림 연습을 충분히 하고, 내 몸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산호를 지키는 첫 번째 에티켓입니다.
리프세이프 선크림, 정말 안전한 걸까요?
다이빙 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선크림이 산호에게는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다이버는 많지 않습니다. 매년 전 세계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선크림의 양은 약 14,000톤에 달합니다(출처: NOAA).
가장 위험한 성분은 옥시벤존(Oxybenzone, BP-3)과 옥티노세이트(Octinoxate)입니다. 옥시벤존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화학적 차단 성분으로, 선크림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Archives of Environmental Contamination and Toxic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성분들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6개 분량의 물에 단 한 방울만 들어가도 산호 유생의 DNA를 손상시키고 내분비계를 교란하며 기형을 유발합니다.
문제는 시중의 많은 제품이 'Reef Safe'라는 라벨을 붙이고 나오지만, 이게 법적으로 규제되는 용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제가 동남아 다이빙 트립 갈 때 현지 다이브샵에서 판매하는 '리프세이프' 선크림을 확인해봤더니, 성분표에 옥시벤존이 당당히 들어있었습니다. 라벨만 믿고 사용했다간 산호를 보호한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해를 입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안전한 선택은 무기 자외선 차단제(물리적 차단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비나노(Non-nano) 징크옥사이드(Zinc Oxide) 또는 티타늄디옥사이드(Titanium Dioxide) 성분의 제품입니다. 비나노란 입자 크기가 100nm보다 큰 것을 의미하는데, 나노 입자는 너무 작아서 산호 세포 내부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입자가 큰 비나노 형태가 안전합니다.
사실 무기자차는 백탁 현상 때문에 사용을 망설이는 분들이 많지만, 산호의 DNA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선택입니다. 시중 제품 중 진짜 리프 세이프 선크림 (옥시벤존, 무기자차, 성분 선택법)을 상세히 알고 싶다면 이 가이드를 참고해 보시길 바랍니다.
하와이와 팔라우는 2021년부터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포함된 선크림 판매를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태국 국립공원도 2021년 8월부터 유해 화학물질 선크림 반입을 엄격히 금지하며 위반 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규제 이후 해당 지역의 산호초 회복 속도가 유의미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가장 완벽한 방법은 선크림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긴소매 래쉬가드와 워터 레깅스, 다이빙 후드로 물리적 차단을 하는 게 해양 생태계에는 가장 무해합니다.
다이버 에티켓, 규제보다 중요한 건 개인의 의식 아닐까요?
다이버들이 많이 찾는 유명 포인트에 가보면 산호가 이미 백화되어 부서진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스노클링도 함께 하는 포인트는 더 심각합니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바닷속에 과자 봉지나 플라스틱 물병 같은 쓰레기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제가 코타오에서 다이빙할 때 일입니다. 펀다이빙 중 아름다운 연산호 군락 사이에서 비닐봉지가 물살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걸 치우려다 제 부력이 흔들려 오히려 산호 근처로 가까이 가게 됐고, 결국 쓰레기는 못 건지고 산호만 위협한 셈이 됐습니다.
산호 백화의 원인으로는 해수온도 상승, 해양 오염 등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이버들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는 개인이 당장 막을 수 없지만, 내 오리발로 산호를 부러뜨리지 않는 것은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한 일입니다.
정부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바다 한가운데서 쓰레기 버리는 행위나 산호 훼손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결국 사람들 스스로 의식을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이빙 커뮤니티에서는 "가져가는 것은 사진뿐, 남기는 것은 거품뿐(Take only pictures, leave only bubbles)"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이 한 문장이 다이버 에티켓의 전부를 담고 있다고 봅니다.
다이빙 경력이 쌓이면서 제게 가장 큰 변화는 수중 사진을 찍을 때의 태도였습니다. 예전에는 멋진 사진을 위해 산호 가까이 다가가거나 물고기를 쫓아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기다렸다가 찍습니다. 사진이 조금 흐리거나 구도가 아쉬워도 괜찮습니다.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산호를 건드리거나 생물을 스트레스받게 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다이빙을 배우는 초보 다이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자격증 과정에서 배우는 스킬들, 특히 중성부력과 트림은 단순히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건 바다를 존중하는 방법이고,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중 세계를 지키는 실천입니다. 본격적인 다이빙 전 트림 연습을 많이 하고, 내 몸을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세요. 적어도 부력 조절 실패나 발차기로 산호를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저는 이제 한 번의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올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늘 내가 만진 산호는 없었나? 발차기로 모래를 일으킨 적은 없었나?" 그 질문에 떳떳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바다를 사랑하는 다이버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바다의 방문객이자 수호자입니다. 완벽한 부력 조절 하나,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한 선크림 하나가 수천 년 된 산호초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미래의 다이버들에게도 이 경이로운 수중 세계를 물려주는 것, 그게 바로 우리 세대 다이버들의 책임입니다.
참고: https://pros-blog.padi.com/how-to-create-eco-conscious-divers/
https://www.thegreenfinshub.info/
https://oceanservice.noaa.g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