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다이빙을 하면 아무것도 안 보여서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지만 막상 세부 막탄 앞바다에서 첫 나이트다이빙을 경험한 후,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바다인데도 낮과 밤에 보이는 광경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했거든요. 일반적으로 다이빙은 주간에 하는 게 정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나이트다이빙만의 독특한 매력은 낮 다이빙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낮에는 숨어있던 야행성 생물들의 등장
나이트다이빙의 가장 큰 매력은 주간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해양 생물들은 주야 주기(Circadian Rhythm)에 따라 활동 시간이 명확히 구분됩니다. 여기서 주야 주기란 생물이 빛의 유무에 따라 24시간 주기로 반복하는 생리적 리듬을 의미합니다(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가 세부에서 다이빙할 때 가장 놀라웠던 건 낮에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던 가재나 게 같은 갑각류들이 밤이 되자 바위 틈에서 얼굴을 내밀고 활발히 움직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낮에 같은 포인트를 두 번이나 다이빙했는데도 한 마리도 못 봤거든요. 다이빙마스터의 랜턴 불빛을 따라가다 보면 문어, 곰치, 가오리 같은 야행성 포식자들이 사냥을 시작하는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한참을 다이빙하다 마지막에 만난 갑오징어였습니다. 불빛을 내면서 살랑살랑 춤추듯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이 정말 황홀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갑오징어는 경계심이 강해 낮에는 다가가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밤에는 오히려 랜턴 불빛에 호기심을 보이며 가까이 다가오더군요. 파랑비늘돔(Parrotfish)의 경우 밤이 되면 자신의 몸에서 분비한 점액으로 투명한 코쿤(Cocoon)을 만들어 잠을 자는데, 이 코쿤은 포식자로부터 냄새를 차단하는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생물발광 현상과 빛의 마법
나이트다이빙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생물발광(Bioluminescence) 현상을 직접 목격하는 순간입니다. 생물발광이란 생물이 화학 반응을 통해 스스로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하는데,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물질이 루시페라아제(Luciferase) 효소와 반응하면서 빛 에너지를 방출하는 원리입니다.
제가 세부에서 다이빙할 때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이 바로 이 생물발광을 본 때였습니다. 다이빙 끝 무렵 안전정지를 할 때 마스터가 신호를 주면 다 같이 랜턴을 끄고 손을 마구 휘적휘적 저었습니다. 그러자 미세하게 푸른 빛의 알갱이들이 눈앞에서 반짝반짝하는 멋진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팔을 더 열심히 저었더니 더 많은 반짝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이빙 팀원 모두가 함께 팔을 저으니 마치 수중 은하수 같은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되었죠.
이 반짝이는 빛의 정체는 와편모조류(Dinoflagellates) 같은 플랑크톤입니다. 이들은 물리적 자극을 받으면 화학 반응으로 빛을 내는데, 이는 포식자를 놀라게 하거나 더 큰 포식자를 불러들여 자신을 위협하는 대상을 공격하게 만드는 방어 기제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솔직히 이건 백 번 설명을 들어도 직접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최근에는 특수한 청색광(UV) 랜턴과 노란색 필터를 사용해 형광 다이빙(Fluorescence Diving)을 즐기는 다이버들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서 형광이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한 생물이 다른 파장의 빛으로 방출하는 현상인데, 산호나 작은 생물들이 네온사인처럼 밝게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종족 간의 신호 전달이나 자외선 차단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나이트다이빙 안전수칙과 필수 장비
나이트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바로 랜턴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입수 전 랜턴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반드시 체크해야 해요. 랜턴이 없으면 해가 져버린 바다 속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이거든요. 한 번은 보조 랜턴의 배터리를 미리 확인하지 않아서 중간에 꺼져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주 랜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단순히 밝기만 중요한 게 아니라 배터리 효율과 내구성이 검증된 제품을 고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혹시 나이트 다이빙을 앞두고 장비 구매를 고민 중이라면, 다이빙 라이트 선택법 (루멘, 조사각, 백스캐터) 가이드를 통해 본인의 다이빙 스타일에 맞는 최적의 랜턴을 먼저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나이트다이빙에 필요한 필수 장비와 안전수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 랜턴(Primary Light)과 보조 랜턴(Backup Light) 각 1개씩 필수 준비
- 위치 표시용 케미컬 라이트 또는 LED 마커 부착
- 입수 전 장비 작동 상태 철저히 점검
- 버디와의 거리를 평소보다 가깝게 유지
- 다이빙마스터의 지시를 엄격히 준수
자체 발광되는 다이빙컴퓨터의 경우는 어두워도 잘 보여서 상관없지만, 구형 흑백 화면 컴퓨터의 경우에는 버튼을 눌러주거나 랜턴을 갖다 대면 잠깐 화면이 환하게 빛을 내며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나이트다이빙은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제대로 된 교육과 준비만 갖춘다면 오히려 낮 다이빙보다 조심스럽게 진행하기 때문에 사고가 적습니다.
밤에는 손동작이 보이지 않으므로 랜턴의 궤적으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바닥에 원을 그리면 'OK', 좌우로 흔들면 '주의/문제 발생'을 의미합니다. 이때 절대 주의할 점은 버디의 눈을 직접 비추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일시적인 암순응 상실을 유발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트다이빙에서는 안전을 위해 더더욱 혼자 행동을 조심해야 하고, 팀 다이빙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10년 넘게 다이빙을 해오면서 나이트다이빙만큼 매번 새로운 감동을 주는 경험도 드뭅니다. 같은 포인트라도 밤에 가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거든요. 체계적인 교육과 안전 수칙을 바탕으로 도전한다면, 나이트다이빙은 여러분의 다이빙 로그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페이지가 될 것입니다. 해외 펀다이빙 트립을 계획하신다면, 꼭 한 번쯤은 나이트다이빙에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수면 아래 숨겨진 야간의 우주는 상상 이상으로 경이롭습니다.
참고: https://world.dan.org/ko/alert-diver/article/night-diving/
https://www.kiost.ac.kr
https://www.mabik.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