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제 첫 펀다이빙 트립은 인도네시아 발리 뚤람벤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오픈워터 자격증만 있으면 바다에서 자유롭게 다이빙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픈워터 교육 때 배운 것과 인도네시아 뚤람벤 바다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교육 때는 그렇게 쉽게 하던 부력 조절이 실전에서는 전혀 되지 않았고, 결국 버디가 제 BCD 버튼을 대신 조절해줘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격증만 있으면 펀다이빙이 쉬울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격증 교육과 진짜 바다는 난이도 차이가 엄청났습니다.
부력조절 실패와 공기 과소모의 악순환
제가 뚤람벤에서 겪은 가장 큰 문제는 부력 조절 실패였습니다. 교육에서는 강사님이 "BCD에 공기를 조금씩 넣어보세요"라고 하면 금방 중성부력을 맞출 수 있었는데, 실제 바다에서는 파도와 조류 때문에 몸이 계속 흔들렸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웨이트를 평소보다 1kg 더 착용했는데, 이게 화근이었습니다.
과도한 웨이트 착용은 '오버웨이팅(Over-weighting)'이라 부르는데, 이는 필요 이상의 납을 착용하여 부력 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실수입니다. 여기서 오버웨이팅이란 자신의 적정 무게보다 무거운 웨이트를 차서 BCD에 더 많은 공기를 넣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수중 물리학에서 보일의 법칙에 따르면, 수심이 변할 때 BCD 내부 공기의 부피가 변하면서 부력이 급격히 달라지는데, 공기가 많이 들어있을수록 이 변화폭이 커집니다(출처: DAN).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악순환이었습니다. BCD에 공기를 많이 넣으니까 몸이 둥둥 떠서 발차기를 더 많이 하게 되고, 그러면 근육에서 산소를 더 요구해서 호흡이 빨라졌습니다. SAC Rate(Surface Air Consumption Rate, 분당 공기 소비량)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제 탱크 잔압이 다른 팀원들보다 훨씬 빨리 줄어들었습니다. 여기서 SAC Rate란 다이버가 1분 동안 소비하는 공기량을 수면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로, 숙련도와 긴장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결국 30분도 안 돼서 제 공기가 50bar까지 떨어져서 팀 전체가 조기 출수해야 했습니다. 다른 분들께 정말 미안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무리해서 공기를 아끼려다 패닉이 왔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테니까요.
패닉 방지가 생존의 핵심인 이유
뚤람벤 바다에 들어갔을 때 제 머릿속은 완전히 하얘졌습니다. 주변 물고기도, 유명하다는 난파선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숨 쉬기, 가라앉지 않기, 버디 놓치지 않기"만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펀다이빙은 즐기러 가는 거라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그냥 살아서 나오는 게 목표였습니다.
수중에서 패닉이 오는 가장 큰 원인은 이산화탄소 축적입니다. 긴장하면 호흡이 얕고 빨라지는데, 이렇게 되면 폐 속 이산화탄소(CO₂)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숨을 빨리 쉬는데도 불구하고 몸은 "숨이 가쁘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겁니다. 이게 반복되면 뇌는 위험 신호를 받아 더 빠른 호흡을 유도하고, 결국 패닉 상태로 이어집니다(출처: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이 현상을 의학적으로는 '고탄산혈증'이라고 부르는데, 스쿠버다이빙 패닉 (질소마취, 고탄산혈증, 뇌과학) 에 대해 미리 이해하고 가면 내가 왜 그렇게 숨이 가빴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실체를 알면 물속에서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죠. 우리 뇌가 수압과 이산화탄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패닉의 문턱에서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귀 압력 평형인 이퀄라이징을 너무 늦게 했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귀가 아프면 이퀄라이징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통증이 느껴지기 전에 미리 해야 합니다. 저는 수심 3~4m쯤 내려갔을 때 귀가 아파서 그제야 코를 잡고 압력을 빼려 했는데, 이미 유스타키오관이 눌려서 잘 안 됐습니다. 여기서 유스타키오관이란 중이와 코를 연결하는 통로로, 압력 평형을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이게 막히면 고막 손상 위험이 커집니다.
다행히 다이빙 마스터가 제 상태를 보고 상승 신호를 보내줘서 천천히 올라가며 압력을 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순간 패닉이 왔다면 급상승해서 감압병에 걸렸을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 내 몸을 내가 컨트롤할 실력으로 올라오기 전까지 펀다이빙 전에 항상 다이빙 마스터에게 "저 초보예요, 좀 더 신경 써주세요"라고 미리 말했습니다. 부끄러운 게 아니라 안전을 위한 당연한 조치입니다.
초보 다이버가 명심해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웨이트는 적정량만 착용하고, 다이빙 종료 시 안전정지 구간에서 웨이트 체크를 반드시 한다
- 이퀄라이징은 통증 전에 미리, 자주 실시한다(수면에서 첫 이퀄라이징 후 하강 시작)
- 호흡은 천천히, 깊게 유지하며 이산화탄소 배출에 집중한다
- 다이빙 마스터에게 초보임을 미리 알리고 가까운 거리를 유지한다
정리하면, 첫 펀다이빙은 실수 투성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의 저처럼 부력 조절 실패하고, 공기 빨리 쓰고, 주변 경치 하나도 못 보고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상입니다. 중요한 건 그 순간 패닉에 빠지지 않고 안전하게 출수하는 겁니다. 다른 다이버들에게 미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제 안전이 최우선이고,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어납니다. 초보 다이버에게는 로그북에 실수를 기록하고, 다음 다이빙 때 하나씩 개선해나가는 게 진짜 성장하는 길입니다.
참고: https://dan.org/wp-content/uploads/2022/03/dan-giant-stride-new-divers-guide-12.13.22.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