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3월, 저는 저를 스쿠버다이빙의 세계로 이끌었던 친구와 함께 일본 최서단의 섬, 요나구니로 떠났습니다. 인천에서 오키나와로 국제선을 타고, 오키나와에서 요나구니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생각보다 긴 여정이었어요. 당시 꽤 실력이 붙었다고 자신했는데, 요나구니 바다는 그 자신감을 보기 좋게 흔들어놓았습니다. 쿠로시오 해류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이 섬은 수백 마리의 망치상어 군무와 거대한 수중 구조물이라는 두 가지 압도적인 경험을 동시에 선사하는 곳입니다.
쿠로시오가 만든 무대: 요나구니라는 환경
요나구니섬은 대만에서 불과 111km 거리에 위치한, 일본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섬입니다. 이 지리적 위치가 이 섬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태평양에서 동중국해로 흘러드는 쿠로시오 해류(Kuroshio Current)가 섬에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심층수가 표층으로 끌어올려지는 용승(Upwelling)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여기서 용승이란 심해의 찬 물이 해류나 바람의 영향으로 표층으로 올라오는 현상으로, 플랑크톤과 먹이사슬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바다의 원동력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저도 직접 경험해봤지만, 3월 초의 요나구니는 비까지 내려 꽤 쌀쌀했습니다. 수온도 낮았고 너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불편한 조건이 오히려 망치상어를 끌어들이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겨울철 낮은 수온과 용승이 만들어낸 풍부한 영양 환경이 스캘럽드 해머헤드(Scalloped Hammerhead, Sphyrna lewini), 즉 홈상어의 일종인 망치상어들이 집결하는 완벽한 조건을 형성한다는 것이 해양 생물학 연구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입니다(출처: National Geographic).
요나구니의 포인트들은 초보자 친화적인 곳이 아닙니다. 특히 서쪽 끝의 이리자키(Irizaki) 포인트는 조류가 빠르고 수면 너울이 거칠기로 유명합니다. 입수 직전 보트 위에서 느끼는 흔들림만으로도 이곳이 예사 바다가 아님을 직감하게 됩니다.
수심 30미터의 현실: 해머헤드 와칭과 수중 유적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요나구니의 해머헤드 와칭 방식은 제가 그전까지 경험했던 다이빙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보트에서 팀 전원이 동시에 백롤 엔트리(Back Roll Entry)로 입수합니다. 백롤 엔트리란 보트 가장자리에 앉아 뒤로 구르듯 물속으로 떨어지는 입수 방식으로, 수면에서 팀 재집합 없이 바로 음성부력으로 가라앉아 수심 10m 지점에서 팀원들과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처음 해보는 형태라 혼자 꽤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다음 과정이 더 강렬합니다. 다이브마스터(Divemaster)가 혼자 수심 30~40m까지 먼저 내려가 망치상어 무리를 탐색합니다. 다이브마스터란 전문 다이빙 가이드 자격을 갖춘 인솔자로, 팀의 안전과 경험을 총괄합니다. 무리를 발견하면 신호음을 내고, 그 순간 팀 전원이 미친 듯이 급하강해서 합류한 뒤 관찰을 마치고 다시 10~15m 수심으로 복귀합니다. 이 급하강과 상승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저는 질소마취(Nitrogen Narcosis) 증상을 처음으로 체감했습니다. 질소마취란 수압이 높아지는 깊은 수심에서 혈중 질소 농도가 올라가면서 가벼운 취기와 유사한 판단력 저하를 유발하는 생리적 반응입니다. 경험이 없는 다이버라면 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시야 가득 수백 마리의 망치상어가 선회하는 장면은, 말로는 절대 설명이 안 됩니다. 그리고 같은 트립에서 경험한 수중 구조물도 그에 못지않은 충격이었습니다.
1986년 지역 다이버에 의해 발견된 요나구니 수중 구조물은 지금도 고고학계와 지질학계의 논쟁거리입니다. 류큐대학의 기무라 마사아키(Kimura Masaaki) 교수는 약 2,000~3,000년 전 수몰된 고대 문명의 유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보스턴대학의 로버트 쇼크(Robert Schoch) 교수를 비롯한 지질학자들은 사암의 수직 절리를 따라 자연 침식된 지형이라고 반박합니다(출처: ResearchGate). 절리(Joint)란 암석이 압력이나 냉각 과정에서 형성하는 균열면으로, 외부 힘 없이도 직각에 가까운 단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눈으로 봤을 때, 솔직히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25m 높이의 수직 절벽, 반듯하게 잘린 계단형 테라스,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멍들이 조류 속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자연이든 인공이든 그 웅장함 자체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요나구니 다이빙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기술적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심 30~40m 블루 워터 드리프트(Blue Water Drift) 경험 필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수층에서 조류를 타며 이동하는 다이빙 방식입니다.
- SMB(Surface Marker Buoy, 수면 부표) 필수 휴대. 빠른 조류에 팀원을 놓쳤을 때 수면 회수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비입니다.
- 급하강·급상승 반복에 따른 무감압한계(NDL, No Decompression Limit) 관리 능력. NDL이란 감압 정지 없이 수면으로 상승 가능한 최대 잠수 시간으로, 이를 초과하면 감압병 위험이 생깁니다.
- 세탁기 조류에 대비한 중성부력(Neutral Buoyancy) 유지 능력. 수중 구조물 주변은 조류 방향이 복잡하게 바뀌어 예측이 어렵습니다.
에코투어리즘의 빛과 그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현실
요나구니는 망치상어 보호구역 지정과 다이빙 가이드라인 강화를 통해 이른바 에코투어리즘(Eco-tourism)의 모델로 홍보되고 있습니다. 에코투어리즘이란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관광 수익을 창출하는 지속 가능한 관광 방식을 말합니다. 상어 어획을 금지하고 지역 다이브샵 중심의 투어 체계를 구축한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의구심이 남습니다. 매 시즌 수백 명의 다이버가 이리자키 포인트로 몰려드는 현실에서, 그 수많은 버블 소음과 인간의 존재 자체가 망치상어의 자연스러운 회유 경로를 교란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망치상어는 군집 행동에 민감한 종으로, 지속적인 외부 교란이 누적될 경우 특정 집결지를 이탈하는 사례가 다른 지역에서 이미 관찰된 바 있습니다. 수중 구조물 역시 명확한 접근 제한선이나 보존 기준 없이 관광 동선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지속 가능'이라는 수식어가 얼마나 실질적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진정한 공존이라면, 관광 수용 인원의 수치적 상한선과 비시즌 회복 기간 보장 같은 구체적이고 강제력 있는 규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나구니는 분명 다시 가고 싶은 곳입니다. 그러나 다음에 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보존 체계 아래에서 망치상어와 수중 구조물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큽니다. 이 바다가 열어준 압도적인 경험이 다음 세대의 다이버들에게도 이어지려면, 지금 우리가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가 결정적입니다. 요나구니를 계획 중이라면 다이빙 경험 100회 이상,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이상 자격증 보유, 드리프트 다이빙 사전 경험을 갖춘 뒤 도전하기를 권합니다.
참고: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history/article/yonaguni-jima-japan-underwater-city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28833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