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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다이빙 중 소변 (침수이뇨, 탈수, 감압병)

by 다이버래빗 2026. 3. 18.

스쿠버다이빙 중 소변 관련 이미지

 

처음 다이빙을 배울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이 있습니다. 물속에 들어간 지 20분도 안 돼서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지는 거예요. 분명 배에 오르기 전에 물도 별로 안 마셨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옆에서 다이빙하던 경력 많은 다이버분이 아주 태연하게 "물속에서 그냥 해결하면 되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조금 충격적이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다이버들 사이에선 너무나 당연한 생리현상이었습니다. 다이빙 커뮤니티에는 "슈트에 소변을 본 다이버와, 소변을 봤다고 거짓말하는 다이버 두 부류만 존재한다"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니까요.

물속에서 왜 이렇게 소변이 마려울까

다이빙 중 느끼는 강한 요의는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우리 몸이 수중 환경에 반응하는 정교한 생리 메커니즘 때문인데요. 전문 용어로 '침수 이뇨(Immersion Diuresis)'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침수 이뇨란 물속에 들어갔을 때 우리 몸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소변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정수압(Hydrostatic Pressure) 때문입니다. 물속에서는 사방에서 압력이 우리 몸을 눌러주는데, 이 압력이 팔다리에 있던 혈액을 가슴과 배 쪽 중심부로 밀어 넣습니다. 쉽게 말해 500~700ml 정도의 혈액이 갑자기 심장 쪽으로 몰리는 거죠. 그러면 우리 몸은 "어? 혈액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네?"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실제로 제가 처음 다이빙할 때는 이 원리를 몰랐어요. 그냥 긴장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다이빙을 거듭할수록 매번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더라고요. 입수하고 15분 정도 지나면 어김없이 화장실이 급해지는 겁니다. 나중에 공부해보니 이게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리 몸의 호르몬이 작동하는 방식

심장으로 혈액이 몰리면 우리 몸의 호르몬 시스템이 즉각 반응합니다. 심장이 팽창하면서 ANP(심방 나트륨 이뇨 펩타이드)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요. ANP란 심장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 혈압을 낮추기 위해 신장에 "물과 나트륨을 빨리 배출하라"고 명령하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뇌하수체에서는 ADH(항이뇨 호르몬) 분비를 줄입니다. 평소에는 ADH가 신장에서 물을 재흡수하도록 해서 소변을 참을 수 있게 해주는데, 이 호르몬이 줄어들면 말 그대로 수문이 열리는 셈이죠. 결과적으로 신장은 "혈액량을 줄여야 해!"라는 신호를 받고 급격히 소변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호르몬 반응은 다이빙 안전과도 직접 연결됩니다. 미국 다이빙 안전 기관인 DAN(Divers Alert Network)의 연구에 따르면, 침수 이뇨로 인한 수분 손실이 감압병 위험을 높인다고 합니다(출처: DAN). 저도 처음엔 "그냥 소변 마려운 게 뭐가 대수냐"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우리 몸에서 상당한 양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겁니다.

탈수가 감압병을 부르는 이유

침수 이뇨로 수분이 빠져나가면 혈액의 점성(Viscosity)이 높아집니다. 여기서 점성이란 액체의 끈적끈적한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적 특성으로, 점성이 높을수록 혈액이 천천히 흐르게 됩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다이빙 중에 우리 몸에 녹아들었던 질소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이빙할 때 우리 몸의 조직에는 압력 때문에 질소가 녹아듭니다. 상승할 때는 이 질소가 혈액을 타고 폐로 이동해서 호흡으로 배출되어야 하는데, 혈액이 끈적해지면 이 과정이 느려집니다. 그러면 조직에 남아 있던 질소가 기포로 변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것이 바로 감압병(Decompression Sickness, DCS)의 원인이 됩니다.

실제로 같이 다이빙하던 분 중에 가벼운 감압병 증상을 겪은 분이 있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그날 아침에 거의 물을 안 드셨고, 다이빙 사이 휴식 시간에도 수분 보충을 제대로 안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DAN의 사고 사례 분석을 보면, 감압병 증상을 보인 다이버들 중 상당수가 심각한 탈수 상태였다는 공통점이 발견됩니다(출처: Divers Alert Network). 탈수는 감압병을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다이빙용 압축 공기는 매우 건조합니다. 호흡할 때마다 입안과 기도에서 수분이 증발하는데, 이것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몸의 수분을 빼앗아갑니다. 제 경험상 한 번의 다이빙으로 체중이 0.5kg 정도 빠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분 보충, 언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물을 마셔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다이빙 1~2시간 전부터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이빙 일정 전체를 고려한 수분 관리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이빙 하루 전부터 수분 섭취에 신경 써야 합니다. 특히 멕시코 칸쿤 같은 장거리 다이빙 투어의 경우, 긴 비행시간 동안 이미 몸이 탈수 상태가 됩니다. 입수 1~2시간 전에는 최소 500ml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게 좋고, 다이빙 사이 수면 휴식 시간에도 계속 물을 마셔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물병을 항상 가까이 두고 목이 마르지 않아도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 카페인 음료(커피, 차)는 이뇨 작용을 더 가속화하므로 다이빙 전에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 알코올도 마찬가지로 탈수를 심화시키므로, 전날 저녁 술을 마셨다면 다음날 아침 수분 보충을 더 신경 써야 합니다
  • 다이빙 직후에는 전해질 음료나 물을 즉시 보충해야 합니다

많은 다이버들이 다이빙 중간에 물을 잘 안 마시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실제로 제가 만난 다이버 중에도 "배에서 화장실 가기 귀찮아서" 일부러 물을 안 마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위험한 습관입니다. 우리 몸은 이미 침수 이뇨로 수분을 잃고 있는데, 거기다 추가로 수분 섭취를 제한하면 탈수가 가속화됩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물속에서 소변 보는 게 찝찝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물을 덜 마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번은 다이빙 후 심한 두통과 피로감을 느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경미한 탈수 증상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체면 같은 건 내려놓고 수분 보충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웻슈트 입고 있으면 어차피 아무도 모르고, 무엇보다 내 안전이 훨씬 중요하니까요.

물속에서 소변이 마려운 건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부끄러워할 필요도, 억지로 참을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그만큼 우리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걸 기억하고,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즉시 보충해주는 게 진짜 전문 다이버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수분 공급은 혈액을 맑게 유지하고, 질소 배출을 원활하게 해서 더 안전하고 쾌적한 다이빙을 가능하게 합니다. 다음 다이빙 때는 물병 하나 더 챙기는 건 어떨까요?


참고: https://divermag.com/why-do-i-need-to-pee-every-time-i-d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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