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말라파스쿠아 환도상어 다이빙 (클리닝 스테이션, 나이트록스, 다이빙 에티켓)

by 다이버래빗 2026. 4. 6.

직접 찍은 환도상어 사진

 

7년 전 스쿠버다이빙을 위해 세부 막탄에서 비행기를 내린 뒤 말라파스쿠아행 보트에 올랐을 때만 해도 "이 섬에서 상어를 매일 볼 수 있다"는 말이 솔직히 반신반의였습니다. 세부 막탄 공항에서 차로 3시간, 다시 보트로 30분. 생각보다 훨씬 먼 거리를 달려온 끝에 만난 이 작은 섬이, 전 세계 다이버들이 그토록 찾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클리닝 스테이션: 환도상어가 매일 이곳에 오는 이유

일반적으로 상어는 사람을 쫓아다니는 포식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말라파스쿠아의 환도상어(Pelagic Thresher Shark, Alopias pelagicus)는 오히려 '서비스를 받으러' 이곳을 찾습니다. 말라파스쿠아 근해의 모나드 숄(Monad Shoal)은 수중 섬 형태의 지형으로, 심해에서 살아가는 환도상어들이 얕은 수심으로 올라오는 독특한 이유가 있는 장소입니다. 바로 클리닝 스테이션(Cleaning Station)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클리닝 스테이션이란 청소 물고기인 클리너 래스(Cleaner Wrasse)가 군락을 이루며, 상어 같은 대형 해양생물의 몸에 붙은 기생충이나 죽은 조직을 제거해 주는 일종의 자연 위생소를 말합니다.

제가 직접 수중에서 목격한 장면은 그야말로 예상 밖이었습니다. 긴 꼬리를 가진 환도상어가 천천히 주변을 선회하면서 작은 물고기들이 달려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허용하더군요. 땡글땡글한 큰 눈이 인상적이었는데, 사실 이 큰 눈은 단순히 귀여운 외모가 아니라 수심 150m 이상의 저조도 심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진화적 결과입니다.

최근에는 모나드 숄보다 수심이 조금 더 얕은 키무드 숄(Kimud Shoal)에서도 환도상어가 자주 목격되는데, 귀상어(Hammerhead Shark)까지 함께 출현한다는 점에서 다이버들 사이에서 새로운 기대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나드 숄을 가기 위해 새벽 4시에 출항해야 했던 6년 전과 달리, 요즘은 키무드 숄 덕분에 이른 새벽 기상이 필수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다이버들에게 꽤 반가운 소식이죠.

나이트록스, 실제로 필요한가

일반적으로 나이트록스(Nitrox) 사용을 권장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저는 처음에 이 부분이 다이브샵의 업셀링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나이트록스(EANx)란 일반 공기보다 산소 비율을 높이고 질소 비율을 낮춘 혼합 기체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NDL(무감압 한계, No-Decompression Limit) 관리입니다. NDL이란 수중에서 체류할 수 있는 최대 시간으로, 이 한계를 넘으면 감압 정지 없이 수면으로 올라올 수 없게 됩니다. 일반 공기로 수심 30m에서 다이빙하면 NDL이 급격히 줄어들어 환도상어를 10~15분 정도밖에 기다리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EANx 32%, 즉 산소 비율 32%의 나이트록스를 사용하면 질소 축적 속도가 느려져 같은 수심에서 체류 시간을 유의미하게 늘릴 수 있습니다(출처: DAN Divers Alert Network).

다만, 산소 함량이 높아지는 만큼 기체가 독성으로 변하는 지점인 '최대 수심 제한(MOD)'을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물리적 수치와 안전 원리는 스쿠버다이빙 나이트록스 (산소 중독, 질소 분압, MOD) 에서 더 자세히 다루었으니 반드시 함께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환도상어 다이빙은 상어가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대기형 다이빙입니다. 모나드 숄 바깥쪽 라인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기다리는 방식인데, 제가 처음 들어갔을 때는 입수 후 10분이 넘도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10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만약 NDL 여유가 없었다면 상어가 나타났을 때 이미 수면으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됐을 겁니다. 나이트록스는 단순한 옵션이 아니라 이 다이빙에서는 실질적인 필수 장비에 가깝다고 봅니다.

다이빙 운용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트림(Trim)입니다. 트림이란 수중에서 수평 자세를 유지하며 중성부력 상태로 정지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환도상어를 대기하는 동안 핀킥으로 바닥의 퇴적물을 일으키면 시야가 탁해질 뿐 아니라 예민한 상어들이 자리를 피해버립니다. 실제로 제가 옆에 있던 다이버가 핀킥을 잘못 날렸을 때, 상어 한 마리가 방향을 틀어 멀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부력 조절과 트림 기술이 부족하다면 이 다이빙 전에 충분히 연습하고 오는 것을 권장합니다.

환도상어 다이빙 전 체크해야 할 핵심 준비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나이트록스 자격증(EANx) 보유 여부 및 MOD(최대 수심 제한) 계산 숙달
  • 30m 이상 심해 다이빙 경험 및 트림 숙련도
  • 스트로브(Strobe) 또는 강한 플래시 장비 미지참
  • 수중 카메라 사용 시 비디오 라이트 광량 최소화

다이빙 에티켓: 상어를 위한 약속이 곧 모두를 위한 약속

환도상어가 빛에 극도로 예민하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현장에서 이 규칙이 얼마나 철저하게 지켜지는지는 저도 직접 가봐야 알았습니다. 당시 제가 들어간 현지 다이브샵에서는 입수 전 브리핑에서 스트로브(Strobe) 사용 금지를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강조했습니다. 스트로브란 카메라 촬영 시 사용하는 수중 플래시 장치로, 강한 섬광이 환도상어의 시력에 일시적 장애를 줄 수 있습니다. 한번 부정적인 경험을 한 상어는 해당 클리닝 스테이션을 다시 찾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규칙은 단순한 에티켓이 아니라 생태계 보전과 직결됩니다.

환도상어는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부속서 II에 등재된 보호종입니다. CITES 부속서 II란 현재 당장 멸종 위기는 아니지만 국제 거래를 엄격히 규제하지 않으면 멸종될 수 있는 종을 지정하는 목록입니다. 환도상어의 개체 식별과 이동 경로 추적에는 시민 과학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촬영한 사진을 Thresher Shark Project와 같은 연구 기관에 제공하면 상어 옆면의 흉터나 반점 무늬를 통해 개체를 구분하는 데 활용됩니다(출처: Thresher Shark Project).

지역 경제 측면에서도 이 에티켓의 중요성은 분명합니다. 말라파스쿠아의 어민들이 상어 사냥 대신 다이빙 관광 산업으로 전환한 것은, 살아 있는 상어 한 마리가 어획물보다 수천 배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나왔습니다. 이 섬에서 환도상어는 단순한 관람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먹여 살리는 존재입니다. 다이버로서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이 섬과 상어, 그리고 지역 사람들 모두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현장에서 느꼈을 때 그 무게가 달랐습니다.

다음 주에 친구들과 함께 다시 이 섬을 찾습니다. 7년 만의 재방문입니다. 말라파스쿠아는 거리가 만만치 않고 준비할 것도 있지만, 수심 25m에서 긴 꼬리를 흔들며 나타나는 환도상어를 마주하는 순간은 그 모든 수고를 단번에 잊게 만듭니다. 나이트록스 자격증이 없다면 출발 전에 꼭 취득하고, 트림 연습을 충분히 한 다음 가는 것을 권장합니다. 준비가 잘 된 다이버일수록 환도상어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니까요!


참고: https://www.threshersharkproject.org/TSRCP/Home.html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웰컴 투 스쿠버다이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