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고 나서 "만타는 언제 볼 수 있어요?"라는 질문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주변 다이버들이 하나같이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 말이 좀 과장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야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만타를 아직 못 봤다면, 어디서 어떻게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전 세계 주요 서식지와 생태적 특성
만타 가오리는 크게 두 종으로 나뉩니다. 연안 가까이 생활하는 레프 만타(Reef Manta, Mobula alfredi)와 먼 바다를 회유하는 오션 만타(Oceanic Manta, Mobula birostris)입니다. 여기서 회유란 먹이나 번식을 위해 계절에 따라 정해진 경로를 이동하는 행동 패턴을 의미합니다. 종에 따라 크기도, 행동 반경도 크게 다르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다이빙을 계획하느냐에 따라 마주치는 만타의 성격 자체가 달라집니다.
제가 처음 만타를 본 건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고 3년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인도네시아 코모도에서 생애 첫 리브어보드를 탔는데, 멀리서 커다란 날개를 천천히 펄럭이며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 말 그대로 멈춰버렸습니다. 물속인데도 새처럼 난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왜 다이버들이 만타를 버킷리스트 최상단에 올려두는지, 그 순간 바로 이해했습니다.
코모도의 카랑 마카사르(Karang Makassar)는 '만타 포인트'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큼 관찰 환경이 잘 갖춰진 곳입니다. 이곳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클리닝 스테이션(Cleaning Station)입니다. 클리닝 스테이션이란 만타가 기생충이나 죽은 피부 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특정 산호초 지점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장소로, 작은 청소부 물고기들이 만타의 몸을 청소해주는 공생 관계가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만타 다이빙의 핵심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몰디브 바아 환초(Baa Atoll)의 하니파루 베이(Hanifaru Bay)는 레프 만타 집결지로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남서 몬순 시기에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모이는데, 이때 관찰되는 것이 사이클론 피딩(Cyclone Feeding)입니다. 사이클론 피딩이란 깔때기 모양의 만(灣) 지형에 플랑크톤이 갇히면, 만타들이 거대한 원을 그리며 연속적으로 먹이를 섭취하는 집단 행동 방식입니다. 해양 생물학계에서도 희귀하게 기록되는 사례로, 단순히 아름다운 장면을 넘어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관찰입니다(출처: Manta Trust).
제가 몰디브 리브어보드를 탔을 때, 밤에 배에 조명을 켜두면 만타가 빛을 보고 배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빙글빙글 춤을 추는 것처럼 계속 원을 그리는 모습을 갑판에서 내려다보는데, 공격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 움직임이 오히려 더 압도적이었습니다. 소코로 제도(Socorro Islands) 같은 곳에서는 만타가 다이버의 공기방울을 즐기거나 눈을 맞추는 행동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능이 높은 생물 특유의 호기심이 반영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만타와의 올바른 교감, 다이빙 에티켓
만타 가오리는 피부 표면에 점막(Mucous Layer)이 존재합니다. 점막이란 외부 세균이나 기생충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얇은 보호막으로, 인간의 손이 한 번 닿는 것만으로도 손상될 수 있습니다. 점막이 벗겨진 자리는 감염에 무방비 상태가 되고,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타를 만지고 싶은 마음은 다이버라면 누구나 이해하지만, 이 구조를 알고 나면 손을 뻗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체감됩니다.
중성 부력(Neutral Buoyancy) 역시 만타 다이빙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입니다. 중성 부력이란 물속에서 가라앉지도 떠오르지도 않는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로, 이것이 제대로 안 되면 바닥의 산호를 발로 밟거나 만타의 경로를 무의식중에 방해하게 됩니다. 숙련된 부력 조절 없이 클리닝 스테이션 근처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그 구역 전체의 생태계를 교란하는 행위입니다. 제 경험상 만타 다이빙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제가 움직이지 않고 기다릴 때 찾아왔습니다. 능동적으로 쫓아가는 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만타 다이빙 에티켓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만타의 피부에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점막 손상은 회복이 어렵습니다.
- 클리닝 스테이션 중심부에 진입하지 않는다. 만타의 휴식과 위생 루틴을 방해하면 해당 지점을 영원히 떠날 수 있습니다.
- 만타의 진행 방향 앞을 가로막지 않는다. 수동적 관찰(Passive Observation)이 기본입니다.
- 중성 부력을 유지하며 바닥 생물을 보호한다.
- 플래시 사용은 자제하고, 조명은 간접적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원칙들은 단순히 만타를 보호하기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Marine Policy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관광 자원으로서 살아있는 만타의 경제적 가치는 평생에 걸쳐 어획물보다 압도적으로 높습니다(출처: Marine Policy Journal).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곧 이 생태 자원을 지키는 일이고, 그 혜택은 결국 다이버들에게도 돌아옵니다.
만타를 본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다시 보고싶어요. 다음에는 만타를 보러 가는 다이빙 트립을 계획해 봐야겠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을 취미로 하고 있다면, 만타는 한 번쯤은 반드시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모도든 몰디브든 라자 암팟이든, 어디서 만나도 압도적입니다. 다만 그 만남이 오래 지속되려면, 다이버 스스로가 에티켓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참고: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animals/fish/facts/manta-ray
https://www.mantatrust.org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308597X1300078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