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전, 친구들과 이집트 여행을 갔습니다. 카이로에서 3일 정도 구경하다 더이상 볼 게 없다 판단을 하고 짐을 다시 쌌어요. 친구들과 의논 끝에 방향을 다합(Dahab)으로 틀었습니다. 다합은 아예 생각도 안했었는데, 더운 날씨에 지친 우리는 바다에 들어가고 싶었고, 아름다운 홍해의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기로 결정한거였죠. 샴엘쉐이크에서 비행기를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그 작은 마을에서, 저는 탱크 한 개에 장비 포함 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눈앞에서 직접 봤습니다. 그게 여행자들의 파라다이스, 다합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배낭여행자가 다합에 발을 묶이는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탱크 하나에 만 원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믿지 않았습니다. 장비 포함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더더욱요. 전 세계 어느 다이빙 리조트에서도 이런 가격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직접 다이빙샵 앞에 서서 가격표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이게 진짜구나" 싶었습니다.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작은 마을 다합(Dahab)이 전 세계 다이버들 사이에서 '다이버의 블랙홀'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가 싶었어요.
다합이 이런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물리적 이유는 지형에 있습니다. 다합이 자리한 홍해의 아카바만(Gulf of Aqaba)은 아프리카 판과 아라비아 판이 벌어지는 해령(海嶺) 지역입니다. 해령이란 두 지각판이 멀어지면서 생기는 해저 산맥 구조를 말하는데, 이 때문에 해변에서 불과 몇 걸음만 걸어 들어가도 수심이 수십 미터 아래로 급격히 떨어지는 드롭오프(Drop-off) 지형이 형성됩니다. 드롭오프란 수중 절벽처럼 바닥이 갑자기 꺼지는 지형을 뜻하는데, 다이버 입장에서는 배를 타지 않고도 해안에서 바로 깊은 수심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이 지형이 비치 다이빙(Shore Diving), 즉 해안 입수 방식을 가능하게 합니다. 보트를 운영하려면 선박 유지비, 유류비, 선원 인건비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고정비가 상당합니다. 다합의 다이빙 센터들은 지프차에 탱크를 싣고 해변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그 비용 전체를 생략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실제로 입수 포인트까지 차로 10분 남짓이면 충분했습니다. 이 구조가 탱크당 만 원이라는 가격의 물리적 기반입니다.
여기에 이집트 파운드(EGP)의 환율 흐름이 더해집니다. 이집트는 수년간 외화 부족과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자국 화폐 가치가 크게 하락했는데, 달러나 원화를 들고 들어온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그 하락이 곧 체감 물가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방문했던 시기에도 그 효과가 고스란히 가격표에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탱크 만 원이 가능한 경제 구조와 안전 관리
다합 라이트하우스(Lighthouse) 주변에는 다이빙 센터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단순 펀다이빙(Fun Diving) 한 회의 수익보다는 교육 자격증 발급과 대규모 인원 수용을 통한 박리다매 구조로 운영됩니다. 펀다이빙이란 자격증 취득이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수중 탐험을 즐기기 위한 다이빙을 말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저처럼 단발 방문객도 부담 없이 탱크를 빌릴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방문한 샵에는 마스터 다이버(Divemaster) 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인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마스터 다이버란 일반 다이버를 가이딩하고 안전을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자격 단계를 말합니다. 이분들이 저희 트립에 동행해서 백 가이딩도 봐주고 호흡 상태도 체크해줬는데, 그 덕분에 입수 내내 불안함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방치되는 구조가 아니었던 겁니다.
제도적인 측면도 뒷받침이 됩니다. 이집트의 모든 다이빙 센터는 CDWS(Chamber of Diving & Watersports)의 인증을 받아야 영업이 가능합니다. CDWS란 이집트 정부 산하의 다이빙 및 수상 스포츠 관리 기관으로, 장비 상태, 가이드 자격, 산소 공급 장치 구비 여부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기준 미달 센터에는 영업 정지 제재를 부과합니다(출처: CDWS). 저렴한 가격과 느슨한 관리는 동의어가 아닙니다.
다합에서 다이빙을 계획 중이라면, 입수 전 다음 사항을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 CDWS 인증 여부 (센터 입구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 레귤레이터, BCD(부력 조절 장치) 등 렌탈 장비의 실제 상태
- 담당 가이드의 자격 등급 및 산소 응급 장비 비치 여부
- 입수 포인트별 현재 조류와 시야 상태 확인
블루홀의 황홀함과 우리가 외면하면 안 되는 이면
제가 직접 들어가 본 블루홀(Blue Hole)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해수면에서 바라보면 그냥 짙푸른 원형 수면처럼 보이는데, 수중에서 그 구조를 마주치는 순간은 압도 그 자체였습니다. 수심에 따라 파랑의 농도가 달라지는 그 장면을 보고 황홀하다는 표현 말고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이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초저가 진입 장벽이 만들어낸 대규모 다이버 유입은 분명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홍해 산호초에 대한 다이빙 관광의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부력 조절이 미숙한 초보 다이버들에 의한 산호 파손이 해마다 누적되고 있으며, 특히 인기 포인트에서의 훼손 속도가 생태계 회복 속도를 앞서고 있다고 지적합니다(출처: ResearchGate).
부력 조절(Buoyancy Control)이란 다이버가 수중에서 몸이 뜨고 가라앉는 정도를 스스로 제어하는 기술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산호를 밟거나 손으로 짚게 됩니다. 가격이 저렴할수록 경험이 적은 다이버의 비율이 높아지고, 그 결과가 고스란히 수중 생태계에 누적됩니다. 저도 당시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남 얘기가 아닙니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라는 개념도 여기에 적용됩니다. 오버투어리즘이란 특정 지역에 수용 가능한 인원을 초과하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환경과 지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해양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다합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위해 환경세 도입이나 일일 입수 인원 제한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매력적인 가격이, 10년 후에도 그 아름다운 수중 환경과 함께 존재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다합은 정말 다시 가고 싶은 곳입니다. 샵 주인도, 가이드도, 우연히 동행이 되어준 한국인 마스터 다이버 분들도 모두 따뜻했고, 그 기억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다만 이번에 다시 간다면, 만 원짜리 탱크에 기뻐하기 전에 CDWS 인증 여부와 장비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가능하면 부력 조절 연습을 충분히 하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다합의 블루홀이 10년 후에도 그 빛깔을 유지하려면, 그게 그곳을 찾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divemagazine.com/destination-guides/egypt/introduction-to-egypt-di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