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오픈워터 자격증을 딸 때까지만 해도 '외이도염'이라는 병명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다이빙 중 이퀄라이징만 잘하면 귀는 괜찮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죠. 그런데 세부에서 마스터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열흘 동안 다이빙샵에 머물던 어느 날, 한 강사님이 약을 드시는 걸 봤습니다. "무슨 약이에요?"라고 물으니 외이도염 약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다이버에게 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외이도염은 왜 다이버의 숙명처럼 따라다니나요
제가 오픈워터 자격증을 딸 때 함께 교육받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선천적인 귀 모양 때문에 이퀄라이징이 제대로 안 되어서 수중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다이빙 트립이 끝난 후에 찾아왔습니다. 귀에 염증이 생겨서 한 달 넘게 약을 먹으며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다이빙은 물속에서만 조심하면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우리 귀의 외이도(External Auditory Canal)는 원래 약산성(pH 4.0~5.0)을 띠고 있습니다. 여기서 외이도란 귓바퀴에서 고막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말하는데, 이곳은 귀지(Cerumen)라는 천연 보호막으로 덮여 있어서 세균이 쉽게 침투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다이빙을 하면 이 방어 시스템이 무너집니다(출처: DAN(Divers Alert Network)).
장시간 물속에 있으면 귀지가 씻겨 내려가고 외이도 피부가 물에 불어 짓무르게 됩니다. 의학 용어로 침연(Maceration)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피부가 물에 불어서 약해진 상태입니다. 제 경험상 3~4회 연속으로 다이빙을 하고 나면 귀 안이 묘하게 간지럽고 찔끔거리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외이도가 약해지는 신호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열대 지역의 따뜻한 바닷물은 세균 번식에 최적의 환경입니다.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이나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같은 세균이 습하고 따뜻한 외이도에서 급격히 증식하면서 외이도염(Otitis Externa)이 발생하는 거죠. 실제로 다이빙 커뮤니티에서는 이걸 '다이버의 귀(Diver's Ear)' 또는 '수영자의 귀(Swimmer's Ear)'라고 부릅니다. 세부에서 만난 그 강사님도 시즌 중에는 거의 매년 한두 번씩 외이도염을 앓는다고 하셨어요.
다이빙 후 귀 관리, 제가 직접 실천하는 루틴
그날 이후 저는 다이빙이 끝나면 장비 씻기만큼이나 귀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을 뒤지고 다이빙 센터 강사님들께 여쭤보면서 나름의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매번 실천하는 관리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깨끗한 민물로 헹구기: 다이빙 직후 샤워할 때 귀 안에 생수나 미지근한 민물을 부드럽게 흘려 넣어서 염분과 불순물을 씻어냅니다. 수압이 너무 세면 고막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 완벽한 건조: 세척보다 더 중요한 게 건조입니다. 귀 안에 물기가 남아있으면 세균이 번식하거든요. 저는 드라이어의 찬바람을 20~30cm 정도 떨어뜨려서 귀 안쪽까지 말려줍니다. 뜨거운 바람은 예민해진 외이도 피부를 더 자극할 수 있어서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 면봉은 절대 금지: 귀 안에 물이 찰랑거릴 때 면봉으로 닦고 싶은 유혹이 엄청나게 듭니다. 하지만 면봉은 귀지를 더 깊숙이 밀어 넣거나 외이도에 미세한 상처를 내서 오히려 감염을 촉진한다고 합니다. 저는 대신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고 제자리에서 콩콩 뛰거나, 옆으로 누워서 물이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기다립니다.
실제로 써보니 이 방법이 정말 효과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다이빙 트립 후반부로 갈수록 귀가 간지럽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루틴을 지키고 나서는 그런 증상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귀가 특히 예민한 분들은 예방용 귀 점적액(Ear Drops)을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화이트 식초와 소독용 알코올을 1:1로 섞어서 다이빙 후 양쪽 귀에 2~3방울씩 떨어뜨리면 됩니다. 알코올은 수분 증발을 돕고, 식초의 아세트산(Acetic Acid) 성분은 외이도의 산성도를 회복시켜서 세균 번식을 억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고막 천공이 의심되거나 이미 통증이 시작됐다면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럴 땐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그리고 다이빙 후 귀가 먹먹하다고 해서 지상에서 억지로 발살바(Valsalva Maneuver, 코를 막고 숨을 내쉬어 압력을 조절하는 기법)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도 위험합니다. 쉽게 말해 발살바는 수중에서 압력 차이를 해소하는 기법이지, 지상에서 무리하게 하면 중이에 압력 외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대신 껌을 씹거나 침을 삼키는 등 부드러운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압력을 조절하는 게 안전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사소한 관리 습관이 쌓이면 외이도염을 거의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세부에서 만난 그 강사님도 요즘은 귀 관리를 철저히 해서 예전보다 염증이 훨씬 줄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만 조금이라도 귀에 이상 신호가 느껴진다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바로 이비인후과를 찾아가야 합니다. 귀를 만졌을 때 극심한 통증이 있거나, 진물이나 고름이 나오거나, 청력이 뚝 떨어지거나, 심한 어지럼증이 생긴다면 더 이상 미루면 안 됩니다(출처: Mayo Clinic).
스쿠버다이빙은 바다 깊숙한 곳에서 30분 이상 머무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우리 몸이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중에서도 귀는 압력 변화를 직접적으로 견뎌야 하는 부위라 더욱 민감하죠. 취미생활을 하면서 아픈 건 정말 말도 안 되고 슬픈 일입니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다이빙을 즐기려면 우리 몸은 우리가 직접 챙겨야 합니다. 장비만큼이나 귀 관리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랍니다. 다음 투어에서도 바닷속 고요한 숨소리와 고래의 노래를 맑은 귀로 들을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참고: https://dan.org/health-medicine/health-resource/dive-medical-reference-books/ears-di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