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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상어 다이빙 (세계 성지, 수중 에티켓, 다이버 필수 수칙)

by 다이버래빗 2026. 4. 5.

고래상어 다이빙 사진

 

제가 스쿠버다이빙 중 우연히 고래상어를 만났다고 하면 다들 믿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사진을 꺼내 보여주기 전까지는 팀원들한테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았으니까요. 5년 전 필리핀 보홀에서 다이빙하던 중 우연히 야생 고래상어와 마주쳤을 때, 그 순간이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황홀했는지 경험해본 사람만 압니다. 그런데 그 멋진 기억 뒤에는, 지금 돌이켜보면 꽤나 위험했던 행동들이 있었습니다.

고래상어가 모이는 곳, 왜 특정 바다인가

고래상어(Rhincodon typus)는 최대 18m까지 자라는 지구상 최대의 어류입니다. 그 거구가 먹는 것은 플랑크톤입니다.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시기와 장소를 따라 전 세계를 이동하는 회유성 어류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회유성이란, 계절이나 먹이 조건에 따라 일정한 경로를 반복해서 이동하는 습성을 말합니다. 그래서 고래상어 조우는 운이 아니라, 이 습성을 이해하고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전부입니다.

멕시코 칸쿤과 이슬라 무헤레스는 6월에서 9월 사이, 카리브해와 멕시코만이 만나는 해역에서 보니토 물고기의 산란과 함께 플랑크톤이 급증합니다. 한 구역에 400마리 이상이 집결하는 '아푸에라(Afuera)' 현상이 관찰된 기록도 있습니다. 수면 가까이에서 먹이 활동을 하기 때문에 스노클링으로도 충분히 접근 가능하고, 수십 마리에 둘러싸이는 압도적인 장면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호주 닝갈루 리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고래상어 관광의 관리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합니다. 관찰 전용 항공기인 스포터 플레인(Spotter plane)을 띄워 개체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한 번에 10명 미만만 입수하도록 제한합니다. 산호의 대규모 산란 시기인 3월부터 7월이 피크 시즌이며, 혹등고래와 만타 가오리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출처: UNESCO World Heritage Convention).

몰디브 남아리 환초는 세계에서 드물게 연중 내내 고래상어가 관찰되는 곳입니다. 이는 용승(Upwelling) 현상 덕분입니다. 용승이란 깊은 바다의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해수가 표층으로 올라오는 현상으로, 플랑크톤 먹이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고래상어가 장기간 같은 해역에 머무르는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갈라파고스의 울프와 다윈 섬은 또 다른 성격을 가집니다. 관찰되는 개체의 90% 이상이 임신한 성체 암컷으로 추정된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주로 어린 수컷들이 보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구성입니다.

고래상어와 마주쳤을 때 지켜야할 실전 원칙

제가 보홀에서 고래상어를 봤을 때, 솔직히 머릿속에서 규칙 같은 건 0.1초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저기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그 실루엣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고, 팀에서 이탈해 버디에게 신호만 남기고 전속력으로 쫓아갔습니다. 결국 고래상어를 바로 옆에서 보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찔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접근 방향이었습니다. 처음에 꼬리 쪽을 보고 쫓아갔는데, 고래상어는 시각 구조상 측면에 시야가 집중되어 있어 후방에서 다가오는 다이버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고래상어가 방향을 갑자기 틀거나 꼬리를 강하게 휘저을 때 그 반경 안에 들어가면 Whiplash, 즉 채찍 같은 강타를 그대로 맞게 됩니다. 실제로 이로 인한 부상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거리 문제도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흥분 상태에서는 거리 감각이 완전히 무너집니다. 규정상 고래상어의 측면에서는 최소 3m, 꼬리 쪽에서는 최소 4m 이상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 기준을 지키는 다이버가 실전에서 얼마나 될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고래상어 와칭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수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접근은 반드시 측면에서, 꼬리 방향 접근 금지
  • 측면 기준 3m 이상, 꼬리 기준 4m 이상 거리 유지
  • 신체 접촉 절대 금지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이며 즉시 퇴거 대상)
  • 팀 이탈 금지, 고래상어 발견 시 탱크를 쳐서 팀원 전체에 신호 후 함께 이동

고래상어의 피부는 진피 소돌기(Dermal denticles)라는 미세한 비늘 구조로 덮여 있습니다. 진피 소돌기란 상어류 피부 표면을 구성하는 작은 이빨 형태의 구조물로, 인간의 피부에 상처를 낼 수 있고 반대로 인간의 박테리아가 고래상어의 보호 점막에 침투해 감염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만지면 서로에게 해롭다는 뜻입니다(출처: Marine Megafauna Foundation).

어떤 조우가 옳은 조우인가

필리핀 세부의 오슬롭은 사실 고래상어 관광의 명소로 자주 언급됩니다. 저도 보홀 트립 전에 오슬롭을 갈지 말지 고민을 꽤 했습니다. 그런데 오슬롭 방식은 인위적인 먹이 급이(Feeding)로 고래상어를 특정 구역에 머물게 하는 구조입니다. 피딩이란 야생 동물에게 인공적으로 먹이를 공급하여 행동 패턴을 바꾸는 것을 말하는데, 이 방식은 고래상어의 자연적인 이주 본능을 억제하고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선박 접근으로 인한 충돌 사고 위험도 있습니다.

같은 필리핀이지만 돈솔(Donsol)은 방식이 다릅니다. 12월부터 5월 사이 플랑크톤을 따라 연안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야생 개체를 추적하여 관찰합니다. 먹이를 주지 않고, 고래상어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 방식이 더 불편하고 조우 확률도 낮을 수 있지만,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보홀에서 야생 개체를 만나고 나서 몸으로 느꼈습니다.

포토 ID(Photo ID) 연구도 흥미롭습니다. 포토 ID란 고래상어의 반점 패턴이 개체마다 달라 사진만으로 개별 식별이 가능한 연구 방법을 말합니다. 몰디브에서는 Manta Trust 같은 단체와 협력하여 일반 다이버가 촬영한 사진을 데이터베이스에 기여하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그날 제가 찍은 고래상어 사진도, 사실 제대로 된 각도였다면 데이터로 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이빙 중 고래상어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또 온다면, 이번에는 팀원 전체와 함께 보고 싶어요. 탱크를 두드려 신호를 보내고, 안전거리를 지키면서, 가능하면 포토 ID용 측면 사진도 한 장 건져서 데이터로 기부하는 것까지. 그 황홀함은 혼자 독점하는 것보다 같이 나눌 때 훨씬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고래상어를 보기를 꿈꾸는 다이버라면, 어떤 바다에서 만나느냐보다 어떻게 만나느냐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맞는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marinemegafauna.org/whale-sharks
https://whc.unesco.org/en/list/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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